요즘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설민석이 어찌나 재미나게 책에 대한 설명을 하던지 꼭 읽어보고싶던 차에, 때마침 북클럽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이 떴다. 야호!
한줄 리뷰 : 이 책은 신경정신과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화인 듯 하다. 시각이나 촉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나 몸을 인지할 수 없거나 똑바로 보는 것이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누구의 동정과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 이것 또한 가혹한 시련이다. 그녀는 장애인이지만 그것이 겉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시각장애인도 아니고 신체가 마비되지도 않았다.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음악교사인 P선생은 어느 날 갑자기 학생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된다.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었던 것. 가끔 눈 앞에 아무도 없는데 사람의 얼굴이 떠다니거나, 소화전이나 주차요금 자동징수기에 대고 아이들을 본 것처럼 행동하다가 그것을 본 아이들이 의아해하면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웃어넘기는 일도 있었다.
- 그로부터 3년 후 안과를 찾아갔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검사결과를 들었다. 안과의사는 신경전문의에게 가보길 권유하였고, 그렇게 저자를 만나게 됨
- 사하라 사막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는 "강이군요, 물 위로 테라스가 딸린 작은 집이 있고, 사람들이 테라스에 나와 식사를 하고 있고, 사람들이 테라스에 나와 식사를 하고 있고요. 색색의 파라솔이 여기저기 보이네요"라고 답했다.
- 검사가 다 끝났다고 여겼는지 아내의 머리를 잡고 자기 머리에 쓰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의 전반적인 인지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이는 모든 걸 노래를 부르면서 해요. 먹을 때도, 옷을 입을 때도, 목욕할 때도 말이예요. 뭘 하든 노래를 부르면서 해요.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 결국 저자는 P선생에게 음악이라는 처방전을 내린다. "선생님은 훌륭한 음악가이고 음악은 선생님의 삶 그 자체입니다. 만약 제가 처방을 내린다면, 음악 속에 파묻혀서 생활하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음악이 선생님의 생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지내시라고 말입니다"
- 저자는 그에게 음악은 시각을 대신하는 존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P선생님 생의 마지막까지도 음악을 가르치며 살았다고 한다.
2. 길 잃은 뱃사람
- 기억상실증을 앓고있는 지미G. 전에 그를 담당했던 의사가 쓴 진료기록에는 "가망성 없음, 치매, 착란, 정체성 장애 증상"이라고 쓰여 있다. 49세의 사교적이고 매력적인 남자.
- 그는 좀전까지만 해도 점잖게 "안녕하세요. 선생님. 정말 날씨 한 번 좋은데요. 의자에 앉아도 될까요?" 하더니 금새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어요. 루스벨트가 죽고 트루먼이 대통령이 됐으니, 지금부터는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거예요" 하는게 아닌가.
- "지미, 너 지금 몇 살이지?"라고 불쑥 반말로 물어봐도 "저, 열아홉 살 일걸요. 이번 생일에 스무살이 되니까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30년간의 세월을 넘나드는 재능이라도 있는걸까.
- 잠깐 대화를 멈추고 2분 후 다시 방에 들어서자 지미는 다시 점잖은 중년으로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좋은 아침이지요. 자, 여기 이 의자에 좀 앉아도 되겠습니까?"라며 방금전까지 대화하던 상대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 지능검사 결과 그의 지능은 대단히 뛰어났지만 기억력을 검사하자 특이하게도 바로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저자는 지미가 과거에 살고있다는 깨닫게 된다.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미는 코르사코프 증후군 즉, 알코올로 인해 일어난 유두체 변성인 것이다.
- 저자는 왜 지미가 이런 상황까지 갔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지미의 기억속 형을 만나야 겠다고 결심이 섰는데, 형은 한 통의 편지로 1943년 이후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다고 전해왔다. 형이 기억하기로 지미는 해군에 있을 때는 아주 안정된 생활을 했지만 1965년 제대한 다음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폭음을 하게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 지미의 치료방법도 호전된 기세도 없던 어느날, 간호사들의 증언대로 저자는 성당에 있는 지미를 목격한다. 그의 모습 어디에서도 기억상실증이나 코르사코프 증후군의 기미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분명 지미는 정신 집중에 몰두하는 행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연속성과 현실성을 되찾았던 것이다.
- P선생이 음악으로 자신의 병과 맞서싸울 힘을 찾듯, 지미는 종교적인 신앙으로 맞서 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3.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제육감이란 근육, 힘줄, 관절 등 우리 몸의 움직이는 부분에 의해 전달되는, 연속적이면서도 의식되지 않는 감각의 흐름을 말한다. 우리 몸의 위치, 긴장, 움직임은 이 제육감을 통해서 끊임없이 감지되고 수정된다. 그러나 무의식중에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 책 내용 발췌
- 여기 두 아이의 엄마로서 27세의 평범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는 어느 날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쓸개돌이 있어 쓸개제거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 수술 전 감염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받는데 이것은 통상적인 예방조치로서 아무런 문제도 없는 일이었다.
- 그날 저녁 그녀는 꿈속에서 몸이 심하게 흔들리고 땅을 딛고 있지 않은 것처럼 발밑이 허전함을 느끼지만 정신과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듯 하다.
- 수술 당인 결국 그녀는 증세가 더욱 악화되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몸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 검사결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고유감각 전체가 전부 손상된 것 같았다. 마루엽 자체는 기능을 했지만, 그것과 함께 기능을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과 힘줄, 관절 어디에도 감각이 없었다.
- 요추천자 결과 일종의 급성 다발신경염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추신경계통 전체에 걸쳐 척수신경과 뇌신경의 감각성 신경근이 기능을 잃은 것이다.
- 몸을 움직이려면 먼저 몸의 각 부위를 눈으로 잘 보면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내다보니 일상적이고 무의식적인 고유감각에 의한 피드백 대신에 시각에 의한 피드백이 한층 더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시각을 통한 자동적 교정과 시각반사가 한층 조화를 이루면서 고유감각을 대신했던 것이다.
- 그녀는 장애인이지만 그것이 겉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잊었어요…. 나도 원래는 정상인이었나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나요? ··· 화면에서 보이는 멋진 여자가 나라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군요. 그런데 그 여자가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기억도 나지 않고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몸 한가운데 있는 무엇인가가 송두리째 빠져나갔나봐요. 실험용 개구리가 그렇다지요? 중추와 척수와 척수신경을 빼내버린다지요? 저도 그래요. 개구리처럼 척수를 뽑아버렸어요. 자, 저를 똑똑히 보세요. 척수신경을 빼내버린 최초의 인간이라고요. 이 여자에게는 고유감각이 없어요. 자기 자신이라는 감각도 없어요. 몸이 없어진 크리스티너예요. 척수를 빼내버린 여자!”
그녀는 절규하며 찢어질 듯이 웃어댔다.
- 그녀는 피부 자극을 받으면 일시적이나마 조금은 나아진 기분을 맛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되도록이면 밖으로 나가려 했다. 특히 오픈카를 즐겨 탔다. 몸과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정말 멋져요. 팔과 얼굴에 바람이 느껴져요. 아주 희미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느껴져요. 내게도 팔과 얼굴이 있다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 같아요. 무시무시한 죽음의 베일도 걷히는 것 같아요. 잠깐이긴 하지만요.”
- 그녀는 ‘여기에 하나의 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고유감각을 잃었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말단에서 올라오는 자극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실존적 인식 기반을 빼앗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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